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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_작업노트/작가 노트

중독에 대한 생각 정리

by catking2002 2023. 10. 26.

뉴스에서 마약 중독이나 도박 중독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세상엔 중독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은데. 건강도 챙기면서 즐거움도 가져갈 수 있는 중독과는 거리가 있는 중독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온다. 나는 스스로 중독에 매우 취약한 사람이라는 인지가 있다. 호기심에 한번 피웠던 담배. 한 모금 들이마시고 콜록. 그리고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냥 아무 때나 생각나던 담배. 20대 초 한참 꾸미는데 관심 많고 나에게 나는 향까지 신경 쓰던 때라. 담배를 피우고 몸에 배는 쩐내가 싫어서 참았던 담배. 중독을 떠올리면 바로 떠오르는 이야기다. 또 뭐가 있더라. 그래 술. 소주 빼고 다 즐겼는데 미술을 전공했고, 한참 내가 느끼는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려고 술을 마셨다. 감정이 막 올라오면서 노트하고, 러프한 스케치를 마치고 술기운에 잠에 들었던 때도 있다. 매일 술을 마시면 그것도 중독이니까. 두 번째 중독이 되겠다. 외국에 쉽게 나갈 수 있던 때가 있다. 어떤 것도 내 발목을 잡지 않아서 나갈 수 있었고, 한국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쉽게 구할 수 있었듯 내가 지냈던 스페인과 영국에선 쉽게 질 좋은 와인을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거의 매일 마셨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와인사랑은 계속되었고,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와인을 모았었다. 알코올 중독은 위험해 보이고 안 멋진데, 와인 수집은 있어 보인달까? 어쩌면 나의 중독을 꾸미기에 적당해서 빠진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는 담배도 술도 하지않고 있다. 이런 중독들에 눈을 돌리는 순간을 돌아보면, 그땐 보통 감정적으로 심한 동요가 있던 때였다. 예전엔 힘들었고 요즘은 괜찮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도 아니지도 않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루 24시간 내에도 좋았다가 나빴다가 풍족한 느낌이었다가 텅 비어버리는 느낌이 순번 없이 나를 덮칠 때도 있고, 아닌 날도 있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감정이 들어서 어쩔 줄 모를 때 중독되는 것에 손을 뻗으면 중독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한다. 내가 지금 기분이 더럽구나. 내가 지금 엄청 초조하는구나. 내가 지금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구나. 뭐 이런 식으로 나를 감싸는 강한 감정을 정리하고 내 행동을 잠시 멈추는 것. 이런 방법을 통해서 내 정신을 통제하는 거다. 그리고 뭐든 완벽하게 할 수 없고, 완벽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다들 바삐 살아가는데 누군가 붙잡고 호소하고 싶지도 않고, 가벼운 위로로 따뜻하지도 않다. 그래서 그때그때 가장 날 이해할 수 있는 나에게 하찮은 위로든 조약 한 보상이든 직접 하도록 하고 있다.

마약.
한번도 접해본 적 없어서 가타부타할 순 없지만, 마약을 접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의 입장은 말할 수 있겠다. 중독과 가까운 것들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술, 담배, 불나방 같은 사랑이라 쓰고 불륜이라 읽는 것 등등. 이런 것들에 스스로 취약해지면 그로 인해 내가 잃을 것을 작은 것부터 큰 순서로 떠올려보길 바란다. 막상 눈앞에서 바로 얻을 수 있는 감정이나 느낌이 클지라도 아직 그 중독에 손 데지 않았다면, 멈출 수 있다. 스스로의 행동을 제한하고 조절하는 것에 중독되는 것. 이건 좋은 방향의 중독인 것 같다. 그에 반해 마약 중독은 최후엔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정 반대의 중독이 되겠다.

통제.
타인을 통제하는 것도 중독이다. 통제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권력에 굉장히 관심을 두게 된다. 권력이 세면, 남을 통제하기 쉬우니까. 그런데 이것도 좋지않은 방향의 중독이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중독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내 몸 하나 내 맘대로 다루기 어려운데, 하나씩 노력해서 생각대로 움직이게 하면 결국엔 나에게 엄청 좋은 거니까. 
요즘 나는 나에게 매일 외국어 공부를 하게 하는 중독 120일을 주문했다. 2분이든 10분이든, 1시간이든 짧거나 긴 외국어 공부 영상을 들어야 한다. 처음엔 열정을 다해 들었는데 요즘은 밤 11시가 되어 급하게 컴퓨터를 켜기도 한다. 짧은 기간 했지만, 벌써 20일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언제 공부할까?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굴 만나거나 외부 일정이 생기면, 공부는 나가기 전에 해야 할지 다녀와서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20일간 공부 중독 주문을 걸고 생긴 현상이 이렇다.

아무튼.
사람들이 스스로 통제하는 것에 중독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며...(중독될 수 있는건 세상에 졸라 많으니... 예를 들어 포켓몬카드 모으기 같은... 이것도 돈 참 많이 드는 취미인데 여하튼)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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