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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과 페어 참가/북페어

[2023리틀프레스 페어] 참여 후기: 부스비 18 만원

by catking2002 2023. 5. 28.

1. 일정

리틀프레스페어 2023 행사
일시: 2023.05.26(금) -28(일)
시간: 11시~9시
장소: 스타필드 코엑스몰 B2 라이브플라자, B1 잠바주스 주변
참가팀: 총 143팀
부스비: 테이블 1개당 18만 원 (사이즈 1200*600mm)

2-1. 부스 배정

고양이의 만행 E-30 부스/ 위치 B2층 오락실 앞

고양이의 만행 굿즈와 까미노 여행 스케치 책 1종을 들고 리프페에 나왔다.
독립출판계의 큰손 행사처럼 보이기도 했고, 서울 코엑스몰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유동인구도 어느 정도 확보 되었겠다고 생각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행사여서 아쉽다.

외부 길거리에서도 이보다 매출은 좋게 나온다. 작은 마켓부터 큰 페어까지 생업으로 하는 이 일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다가가는 셀러들과 달리 이 행사는 유연하고 테크닉 있게 이끌어가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회차가 이런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페어나 행사에 손님을 끌어오지 못하면, 당연히 참가자들에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1. 홍보는 얼마나 어떻게 하셨나?
2. 많은 인구가 지나다니는 자리와 비교적 유동인구가 없는 구석 자리는 왜 가격이 같은가?

3일의 페어 기간 중 나는 2일차에 중도 하차했다. 페어에 남아 있는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없던 것이 이유였다. 

자리를 비우고 40분정도 지나서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왜 짐을 뺏는지, 내일은 오는지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솔직히 페어라기엔 마켓에 가까웠던 본 행사에서 자리를 지킬 의혹은 제로에 가까웠고, 집으로 돌아가 작업을 하는 것이 더 나았기에 짐을 챙겨나왔다. 원래 지자체 행사나 다른 페어에선 끝까지 시간과 기간을 지켰는데, 중도 하차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로 이런 말을 전했다. 이 행사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듯 보인다고, 안타까운 마음반 그리고 솔직한 실망감반으로 행사에 부족해보이는 점을 전했다. 자리 배치에 대해서도 내 생각을 전했다. 전적으로 엑셀 랜덤 배치로 정해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 랜덤... 페어라는 이름이 붙여진 행사인데, 그저 랜덤 배치라는 것이 좀... 


라프레, 랜덤 배치가 공정하고 더 나은 방향이었을까?

유동인구 차이와 접근성에 대하여...

B1층과 B2층의 유통인구는 확실히 차이가 났고, B1층 자리에도 이동통로 쪽과 라이브 플라자를 두르는 자리에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자리 배치가... 그저 엑셀로 공정하게 돌려 배치한 것이라는데.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각기 다른 부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배치한 것이라 별로고, 공정하지 않게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려고 임의로 자리 배치 한 것이라도 문제가 된다.

리틀프레스2023_배치도_수정_0516.pdf
0.52MB

2-2. 자리 배치를 이렇게 했으면 어떨까?

B1층 배치도와 B2층 배치도이다. A파트는 코엑스몰 길 중간에 위치하여 가장 손님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자리이고, B와 C는 인근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을 맞이 할 수 있지만 A파트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리고 마의 B2층에 있는 부스는.... 그자체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손님이 많은 코엑스몰 점포 앞에 효율적으로 부스 배치를 했다면?
-키 테넌트를 고려한 부스 배치/ 앵커 테넌트 역할의 부스를 여기저기 배치했다면?

*키 테넌트(key tenant)'라고도 하는 이 단어, 쇼핑몰 등에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그 일대에서 핵심이 되는 점포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의 앵커(Anchor)는 배의 닻을 의미하며 테넌트는 임차인을 뜻함. 주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유인하는 역할을 함.

주최측에서 아무 생각 없이 형평성을 운운하지 않고, 비교적 유명한 작가나 이름 있는 독립서점을 모든 부스를 돌며 찾도록 했다면, 그나마 없었던 손님도 리프페 전체 부스를 볼 수 있게 했을 것이다. 또한, 10만원 이상 구매시 리프페 굿즈를 증정하는데, 증정 부스를 사람들의 발이 가지 않는 B2층 가장 안쪽으로 놓았다면? 상품을 수령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B2층으로 왔을 것이다.

리프페는 지난 행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저 행사가 얼마 되지 않아서 혹은 연휴여서, 비가 와서 등의 외부에서 행사 성적의 저조함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SNS를 보아도 벌써... 외부에서 원인을 찾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내 부스는 E30에 위치했다. 오락실 앞이어서 오락실에 놀러가는 많은 셀러들을 보았다. 나도 다녀왔다. 리프페 덕분에 오락실의 매출은 상당했을 것 같다.

리틀프레스2023_배치도_수정_051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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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층의 한산함. 셀러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3. 부족한 아쉬웠던 현장

페어와 마켓은 자리를 파는 것이다. 셀러들에겐... 독립출판을 하는 셀러들이 자유롭게 서로를 알아가고 자연스런 공론장을 만든다 등등 모였을 때 이로운 점도 있지만, 부스 자리는 잘 팔았지만 다른 건 잘 모르겠다.
홍보를 잘했는지 매우 궁금했고, 전체적으로 독립출판 행사라는 분위기를 살리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점을 통화를 마무리하며 전했는데 들려온 답변으론 "잘 파는 분도 계신데, 작가님의 상품이 별로여서 그런 거 아니냐"는 말과 내가 이번 행사는 독립출판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으는데는 실패한 행사인 것 같다고 말한게 무척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들었다.

기분 나쁘게 하려던건 아니고, 앞으로 자리 배치나 홍보에 더 신경 써주세요.

라고 말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앞으로 리틀프레스페어는 나가지 않을 예정이다. 내년 행사에 방문해볼 의향은 남겨두었다. 천천히 돌아보며 독립출판에 얼굴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로... 마무리.

페어는 돈을 버는 목적도 있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그 앞에서 내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이 페어는 2개를 다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부스 자리 장사만 성사한 것 같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면, 페어 성공인 거로. 근데 너무 아쉽다.

친목 도모의 현장. jpg
얼핏보면 사람들이 많아보인다. 하지만 부스 앞을 잘 보면 손님이 아닌 셀러만 가득이다.

4. 셀러 바우처: 커피 쿠폰 2장, 제로칼로리 음료 2병, 양말 1켤레

자, 부스비 18만원에서 커피쿠폰과 음료 2캔, 양말을 주셨다. 작년 부스비가 15만원이었다는데... 부스비를 동결하고 바우처에 덜 넣어주셨어도 좋았을것 같다. 

18만원에 포함된 양말 한켤레와 커피 교환권 2장. 그리고 뭐시기 음료 2병(사진은 없다)

연휴에 비까지 내려서 성적이 저조했을까? 아니면 홍보가 덜 되어 그런 걸까?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창작물을 선보이고 싶던 셀러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하다면, 행사 운영방식을 진심으로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독립출판은 어쩌면 정말 순수하게 자기 창작물을 선보이려는 간절함에 이런 행사에 나오는 것이다. 판매만을 위한게 아니라 알리러 나오는 것도 의미가 크다. 그런데 그런 간절함을 이렇게 미흡한 준비로 그저 안타까울뿐입니다 라는 대답으로 돌려 준다니...

부스비 18만원 중 몇 퍼센트가 이 페어의 홍보비로 쓰였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일러스트코리아 일산 행사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고카프랑 일코를 붙여놓고 코카프 관람객이 많으니 그 유동인구로 일코를 채우자는 안일함이 행사를 실패시켰다. 이 상황과 대단히 비슷했지만, 직원의 대처는 달랐다. 자신들이 일코를 홍보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고, 추후 행사에 참여할 때의 베네핏 혹은 작은 페어때 셀러에게 좋은 조건을 전해주며 날아간 기대비용을 충당했다. 하지만, 리틀프레스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다른 행사에 대한 베네핏을 제시해도 나가지 않을 생각이다. 온라인 홍보 비용으로 쓰는 게 나았을 것이다.

5. 총평

솔직한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소중한 시간을 쓸 때,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인 누군가를 위함이다. 이 행사를 선택함으로써 서점을 닫고 오는 경우나, 다른 행사를 포기하고 온 셀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사실 18만 원의 부스비는 별게 아니다. 나는 3일 차에 아예 나가지 않았어도 내 결심이고 선택이니, 환불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돈 그거 별거 아니다. 행사 참여 속엔 부스비와 오고 가는 시간값과 식음료값도 더해진다. 이 모든 기회비용 값을 객관적인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기에 부스비만 적는 것이 원통하다.

너무 기대했고, 실망해서. 적어본다. 

기본적으로 페어는 자리 장사다. 주최측은 관련 페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주는 마케팅을 해주고, 행사가 잘 마무리되는 일을 맡으며 부스비를 받는다. 그렇기에 해당 페어를 믿고 이에 관련된 셀러들이 모인다. 개인적으로 독립출판에 관심 있는 손님보단, 코엑스에서 길을 잃어 오신 손님들이 대다수 였기에... 플리마켓이란 이름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셀러들을 위해서 이런 페어를 만들었다!는 소리는 말도 안된다. 이건 공공기관에서 부스비 없이 열어주는 잔치나 행사가 아니니까. 그래서 더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보였던 리틀프레스 페어다. 내년에 리프페가 열리겠는데... 가서 구경해봐야겠다. 그땐 이번보다 나아졌으면 좋겠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한 줄 요약: 18만 원짜리 양말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구멍 나도 메우면서 신어야지. 내년에 홍보 방향이 나아져서 셀러들이 웃으면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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