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전하는 것도 가끔은 벅찰 때가 있다. 오랜만에 만나서 요즘 뭐 하고 지내는지 말하는 순간이 상대방에게 나는 지금 이걸 하고 있고, 결과는 이러니 평가해 보셔라. 하고 전하는 느낌도 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현재 여유가 없다는 뜻이겠지? 20대에 상상한 나의 30대는 이렇지 않았는데, 좀 더 여유롭고 활발한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프로젝트 하나를 잡고 죽어라 파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 건, 좋은 짝을 만났다는 것. 든든한 내 짝꿍은 나의 불안정함에 안정을 더해주고, 불안함을 직면하게 도와준다. 이런 그 덕분에 내가 가진 불안함을 잘 다룰 수 있게 되었지.
오늘은 책을 만들고, 내가 여태 집중한 것들을 앞에 두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글을 쓴다.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꽤나 큰 기쁨이란걸 알게 된 요즘이다. 그러나 그 기쁨이 나를 집어삼킬 수 있기에, 뭐든 적당한 기준을 세우고 삶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내 것 말고,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살펴보고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서, 주변에 창작자가 많다. 어떤 때엔 00 작가가 개인전을 한다더라, 계약을 따서 제품 콜라보를 한다더라, 책이 대박이 났더라 등 잘된 소식에 배알이 꼬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의 노력이 그런 결과를 냈다는 걸 안다. 그렇치만,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다량 먹으면 배 아픈 걸 어쩔 수 없듯이 부러운 마음이 일어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와 부럽다 하면서 그들의 멋진 결과물을 경쟁자나 동료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오 뭐지. 나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아!
그래서, 뭐부터 할 것이냐면.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 있다. 그림책, 에세이 그리고 다양한 굿즈들. 작가님들의 작품 중에서도 내 책장 미술관에 전시된 녀석들을 리뷰하려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보다는 내 삶을 다채롭게 하기 위함과 기록이 주는 만족감을 얻기 위함이다.
작가 카테고리 외에 알게된 인간관계 중 자신만의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는 분들을 알게 되었는데 이 분들의 블로그는 잘 짜인 카페 디저트 메뉴판 같았다. 바쁜 와중에 그 앞에 서면 뭔가 설레고, 급한 템포를 잠시 내려둘 수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달까? 그래서 나도 내 블로그에 그런 카페 공간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물론 그분들은 책리뷰와 와인리뷰를 하고 계셔서 카페란 비유가 맞는진 모르겠다 ㅋㅋ)
요즘은 사람을 만나려고 꽤나 노력 중이다. 바로 만나진 못해도 메신저로 소식도 전하고, 약속도 정해봤다. 다들 바쁘니까 만날 시간을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만나게 된다면 그건 녹슨 우리들의 관계에 기름칠과 같은 소중한 시간임을 깨닫는다. 생각해보니... 이 글 맨 위에 적은 나를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건데? 그럼 위에 쓴 글의 주인공들은 내가 불편해하는 사람들이구나?! 이 사람들 말고 관계에 기름칠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야 맞는 거네. 어차피 시간은 유한한 것인데...! 오호라
역시 글을 쓰는 것은 복잡한 무언가를 정리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다. 오늘도 만족하며, 하루를 출~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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