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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_작업노트/책리뷰

[냉정과 열정 사이_Rosso 에쿠니 가오리] 완벽한 남자에게 부족한 것은

by catking2002 2024. 12. 23.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 에쿠니 가오리. 그런데 그녀의 소설 속 아오이는 왜이렇게... 이기적인 것일까? 일본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거짓말일까? 가까운 사람에게 계속해서 해를 입히고 외면하고, 모른척하는 것이 정말 못할 짓인데 아오이는 지난 사랑의 상처로, 그를 잊지도 못하면서도 자신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상한 남자 마빈에게 끝없는 상처를 낸다.

자신은 마빈을 사랑한다고, 마빈은 나를 매번 용서한다고, 마빈은 완벽한 남자라는 말을 계속해서 하면서도 그를 사랑하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을 계속해서 듣는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는 것이겠지. 그리고 마빈도 가질 수 없는 그녀의 마음을 갖고 싶어서 계속해서 그녀의 눈치를 보며 살기에 무언가 계속 속이 비어가는 그 상황에 지치지 않았을까 싶다. 아오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고 행동한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그녀는 흔들림이 없다. 자신이 정한 기준에 맞춰 살고, 그 이상이나 이하와 협의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리고 마빈이 제발, 나에게 너의 인생에 들어갈 눈꼽만큼의 자격을 달라는 요청에 집을 나가버린다. 그건 아니쥐~ 너는 그럴 자격이 없음! 이런 단호박같은 나쁜 ㄴ.

차라리 마빈에겐 잘된 일이다. 분명 마빈 같은 사람은 충분한 사랑에 충분한 대답과 다른 사랑 표현으로 답할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아오이는? 잘 모르겠다. 만약 그녀가 쥰세이와 7년 뒤 다시 만날 것을 확신했다면, 쥰세이가 아닌 누구와도 깊은 사랑을 이어갈 수 없다고 결심하고 살아왔다면, 쥰세이와 다시 만나 그녀가 꿈꾸던 삶을 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아 무서운 뇨자... 내가 남자라면 속옷도 못입고 도망쳤을 것이다.

영화로 먼저 접했던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는 이게 문제다. 최근에 리뷰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여주인공이 소설 속에서도 참 나쁜 여자인데, 드라마에서 너무 여주가 이뻐서 용서했다. 영화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여주가 너무 이쁘다. 내가 만약 남자로 태어났으면... 이쁜 여자의 못된 짓에 참 많이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남자가 살아가기에 어찌보면 너무 많은 유혹이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소설을 읽고 여주를 사랑할 수 없는데, 영상으로 여주의 얼굴을 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니. 참... 눈을 감고 살 수도 없고. 저런

완벽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아오이. 그녀에게 완벽한 남자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완벽함에서 부족한게 뭐길래. 마빈은 그녀의 옆자리를 내놓아야 했을까? 내가 그렇게 나쁜년이 못되어서 이해되진 않는데... 그래도 추론을 해보자면, 아오이는 자신이 정한 선 안에 누구도 들이지 않고 살 것이었고, 그래 왔다. 그런데 마빈이 소량이라도 자신이 당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없냐는 질문이 그녀에겐 역모 수준으로 들리지 않았을지 싶다. 감히? 네가? 내가 주는 사랑이나 받고 만족하지 요청을 해? 뭐 이런게 아닐까 싶은데. 뭐 각자의 사랑의 방식이 있으니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징징거려도 어쩔 수 없지. 

결론: 아들이 저런 여자는 안 만났으면 좋겠다. ㅠ 그치만 그 여자가 엄청 이쁘면 아들도 어쩔 수 없겠지. 엄마는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 너무 사랑해요. 너무 글 잘 쓰심. 너무 좋음!

 


주얼리를 받는 여자와 자신을 위한 주얼리는 사는 여자: 아오이는?

하루쯤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표현한 아오이는 사랑받는 여자을 주얼리를 받는 여자로 표현했다. 자신이 일하는 주얼리 가게에 자신의 주얼리를 직접사러 오는 여자와 여자에게 선물할 주얼리를 사가는 남자. 이렇게 둘로 나누었는데, 어쩌면 이 책이 한국에 발표된 2000년엔 사랑에 대한 여성의 시각이 이랬던게 아니었을까 싶다. 주얼리를 받는 여자는 마빈에게 사랑받는 아오이, 주얼리를 사러 가는 여자는 쥰세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아오이. 시대상을 보고 다시 본다면, 음... 그래 이게 오히려 진보적이고, 현대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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